🧰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법

2025. 4. 27.

🧰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법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5년 4월 / vol.9

매달 새로운 테마로 찾아가는

디깅의 기록들, 디깅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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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야

님, 안녕하세요. 미야에요.

어제 아침에 오랜만에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는데, 정말 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라구요. 나무에 달린 초록 잎들은 빛을 받아 얼마나 반짝이던지, 봄이 왔다는 실감이 확 났어요.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따뜻한 봄날, 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

저번 달 뉴스레터에 부끄러운 얘기를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응원과 공감의 피드백을 받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많이 기뻤어요. 정말로요. 그래서 4월 레터를 전해드리기 전에 몇몇 피드백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분명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얘기인 것 같거든요. (보내주시는 모든 피드백은 익명으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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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읽는 내내 제가 한 고민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답장을 보내봅니다. 디깅레터 처음 시작부터 함께했었어요. 그리고 다음 레터를 기다리는 사람 여기 있어요! 우리 조금 느슨하게 살다 다음 레터 때 또 반갑게 만나기로 해요!

바쁜 중에 시간도 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놀러도 가고 콘서트도 다녀오니, 아 이게 사람 사는거구나 싶었습니다. 추구미야 그냥 추구미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안에서 나를 잃지않고 잘 살아가면 되는거구나. 하는 달이었습니다.

저도 미야님처럼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먹고 싶었던 것도 실컷 먹고, 퇴근 후 바로 집에 가던 제가 굳이 약속을 잡고, 평소와 다르게 살아보려 했어요. 그런데 불현듯 깨달았어요. 이것마저 질린다는 사실을...!!!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그냥 조금 건강이 나빠졌다 정도? ㅎㅎ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데, 왜 그렇게 조급하게 굴었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행복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말이죠.

세상과 조금 멀어진 채로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고 살아오는 중에 디깅레터를 읽었는데,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말을 건네받은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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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피드백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저의 고민은 곧 누군가의 고민이었고, 그건 곧 함께 이겨낼 수 있음을 뜻한다는 것을요. 책을 읽는 것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결국은 같은 고민을 먼저 끌어안았던 어떤 이의 경험에서 배우려고 하는 일종의 전략이었던 거죠.

가끔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너무 크고 무겁게 느껴져 그만 털썩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마음 깊이 확신하는 제가 있습니다. 저도, 님도, 그 누군가도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오늘은 그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이번 달도 이렇게 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봄날에 사랑을 담아,

미야 드림

4월의 테마 : 여행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법

🖐️ 여행을 떠날 때, 님은 어떻게 하세요?

아마 어떤 사람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꼭 필요한 것만 정해놓고 가서 현지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일정을 변경하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흔히 J형, P형으로 나누어서 얘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행지 또한 자주 가던 곳도 있을 것이고, 새롭게 가는 곳도 있을 거고, 언제는 혼자 가는 여행을, 또 언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길 수도 있을 거에요. 이렇듯 사람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여행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행지에서 하는 것들은 어딘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추천 관광지를 찾고, 추천 맛집을 찾고, 추천 쇼핑리스트를 확인하죠. 그래서 그런지 같은 나라로 여행을 떠난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 간 곳도, 먹은 것도, 산 것도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사진을 찍는 구조 같은 것도 비슷한 걸 보면 신기할 정도!

그런 여행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에요. 어떤 여행이든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걸로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저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주는 나만의 특별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기준과 취향으로 가득 채워진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분명 그런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고, 두고두고 얘기할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가 되어줄 거에요.

미야의 여행 이야기

저는 사실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새로운 곳에 가는 설렘보다는 불안함이 더 커서 가기 전부터 이것저것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스타일이라 그 과정이 가끔은 번거롭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유연하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더니 여행이 더 편해졌어요. 걱정은 내려놓고, 설렘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모든 걸 미리 조사하고 알고 가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더 느껴보려고 시도했더니 여행이 더할 나위 없이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저도 비슷했어요. 여행지가 정해지면 네이버에서 정보를 찾고, 다른 사람이 주로 갔던 곳이나 추천해주는 곳들을 체크해서 그 중에서 골라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아요. 갔을 때는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은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그런 여행은 기억에 남지 않더라구요.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제 기준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전형적인 여행지도, 여행 코스도 아닌 곳을 방문하기 시작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많은 사람이 모르는 보물을 발견한 느낌.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진짜 여행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여행 이야기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을 때 주변 분들이 더 재미있어 해주시더라구요? 저는 그게 바로 테마를 가진 여행이 지닌 스토리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책만 읽으러 가는 북스테이 여행,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서 즐기는 자연 돌고래쇼, 80년 된 목욕탕 체험, 공중 화장실만 돌아보는 이색 투어 등과 같은 것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여행의 순간들이에요. 이들은 전형적인 여행지도, 누구에게나 유명한 관광 코스도 아니었지만 제 감각을 깨워주고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주었거든요.

봄을 맞이하여 님 또한 나만의 유니크한 여행을 떠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은 이런 보물같은 여행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려고 합니다.

네이버가 아닌 구글에 익숙해지기

2022년에 잘 다니던 일본의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 귀국을 결심했을 때,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누구나가 가는 곳이 아닌, 어쩌면 일본에 있을 때만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그러다 카메라맨 일본인 친구가 몇 달 전 촬영으로 갔다가 자연경관이 끝내주게 아름다웠다고 얘기했었던 오가사와라 제도가 떠올랐어요. 구글 지도를 보니 도쿄에서 엄청 떨어져 있는데, 무려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더라구요? 왠지 모르지만 그냥 가보고 싶었어요. 그냥 감이 딱 여기다! 싶어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일단 배부터 예약했어요. 도쿄에서 배로 꼬박 24시간을 가야 하는 섬.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치시마로 떠나게 됩니다.

치치시마는 신비한 섬이었어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서 도쿄와 삿포로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먼데도, 주소는 '도쿄도 오가사와라 지청 오가사와라무라'라니 재미있지 않나요?

치치시마에만 약 3,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무려 이 제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자연이 온전히 보존된 곳이에요. 저는 3박 5일의 시간동안 공인 가이드를 따라 산을 오르고, 바다에 가고, 자전거를 빌려 섬 일주를 하고, 섬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음식을 즐기면서 참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 모든 정보는 다 구글에서 찾았어요. 사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네이버를 이용하지 않아요. 2022년 유엔에서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네이버를 쓰는 건 한국인들뿐이고 비율로 따지면 정말 극소수일 거에요. 모든 정보가 구글로 모이고 있는데, 네이버만 쓰는 건 아까운 것 같아요.

네이버가 아닌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더 많은 여행 정보와 만날 수 있어요. 네이버에서 치치시마를 검색하면 정보가 거의 없는데 구글에서 chichijima만 쳐도 엄청난 양의 페이지가 뜹니다. 요즘에는 영어도 다 chatGPT가 높은 정확도로 번역해주기 때문에 언어 문제도 크지 않아요. 우리가 이걸 쓰지 않는다면 너무 손해인 거죠.

제가 오가사와라 제도에 갔을 때는 네이버에 지금보다 더 정보가 없었어요. 구글이 없었으면 여행 계획을 짤 수가 없었을 거에요. 사전에 숙박이나 투어 신청도 어려웠을 거구요. 덕분에 자연 경관이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섬에서 환상적인 3박 5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테마를 따라가기

작년 5월달에는 도쿄로 워케이션을 떠났는데요, 그 때 저는 테마를 정했어요. 워케이션 기간 동안 ‘오래된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을 방문하기로요.

아사쿠사 같은 관광객이 가득한 전통 거리도 좋지만, 이번에는 좀 더 현지인들이 일상 속에서 이용하는 오래된 장소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일본 신문 기사에서 ‘코스기유’라는 목욕탕을 알게 되었어요.

무려 개업 80년이 될 정도로 오래된 목욕탕인데,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심지어 젊은이들이 점점 더 코스기유로, 그리고 주변 코엔지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었죠.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워케이션 기간 중에 시간을 내서 코스기유에 가서 현지인들 속에 섞여 목욕도 하고, 일본인들이 목욕 후에 꼭 마신다는 우유도 마셔봤어요.

목욕탕에 가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 일이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역시 타지에서 현지인들의 문화를 그대로 느꼈기 때문일 거에요.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이 목욕탕에 대해 조사하고 디깅하게 되면서 더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어요. (여담이지만 코스기유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전통 속에 새로움을 가미한 콜라보 기획을 진행하며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더 핫해진 플레이스였어요 - 당시 썼던 블로그 글 링크)

이렇듯 나만의 유니크한 테마를 정해 떠나는 여행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기꺼이 디깅하고 싶어지는 즐거운 일탈이 되어줄 거에요.

유명세가 아닌 흥미에 귀 기울이기

작년 갔었던 여행지 중 흥미로웠던 곳은 충남 보령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연도'라는 작은 섬이었어요.

일만 하다 2024년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디로 갈까 막 고민하다가, 네이버 지도에서 우연히 외연도를 발견했어요. 주변 친구들에게 외연도를 간다고 말하면 아무도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없는 곳이었어요. 그래도 그냥, 가보고 싶더라구요. 사진에서 보이는 섬의 풍경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워서 이유 없이 그냥 좋았어요.

막상 섬에 가보니 정말 어민들 말고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슈퍼는 하나고, 식당은 2~3군데가 전부. 숙소에 앉아 있거나 산책하거나, 트레킹하거나, 낚시하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섬이었어요.

하지만 조용히 바닷가에 누워 파도소리를 들을 때의 행복이 얼마나 컸는지, 해가 해안선을 넘어갈 때 노란빛으로 물든 하늘은 또 얼마나 예뻤는지, 그 순간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평화로운 섬에서의 1박 2일은 참 행복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혼자 떠나는 섬 여행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추천하지는 않아요)

유명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흥미로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만의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행을 나를 위한 거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오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린 이유는 사실 제가 올해 또 도쿄로 워케이션을 떠나기 때문이에요. 작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이 5월달의 워케이션일 정도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게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5월 뉴스레터에서는 미야가 올해 만날 도쿄 이야기를 살짝 풀어볼 예정입니다.

님도 올해는 꼭 한번이라도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여행을 계획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 둘, 셋이라도 '우리'만의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실 수 있을 거에요!

여행지가 정해지셨다면 남들이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샀는지부터 찾아보는 것보다는 이번 여행에서 난 어떤 경험을 해보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남들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또한 달라질 거에요. 그리고 그 추억의 파편은 오래오래 님의 기억 속에 남아 즐거움을 선사해줄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5월 초에 2주간, 도쿄로 떠날 예정이에요.

5월달 뉴스레터는 도쿄에서 겪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그 때까지 안녕!

미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