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새로운 테마로 찾아가는
디깅의 기록들, 디깅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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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메일의 제목을 보고 놀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의 글은 ‘글을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싶다가도 쓰지 못했던 저의 부끄러운 고백의 글이 될 것 같아요. 3월 한 달간, 글을 쓰지도, 디깅도 하지 못했거든요.
😥 마감일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레터 발행일을 일주일 정도 미루고 그동안 뭔가를 디깅해볼까? 아니면 딱 한 달만 쉬어갈까?’와 같은 생각에서부터, ‘구독자도 한정적이고, 아무도 이 레터를 기다려주지 않을텐데 그냥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비관 섞인 생각까지. 제 머릿속에는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다시 떠오르고는 했어요.
그러나 이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디깅하는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기에, 부끄럽고 초라하더라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월은 좋아하는 것도, 더 알고싶어지는 것도 없었다고. 오히려 디깅을 하지 못한 이유를 피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야 다시 좋아하는 것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구요.
😧 오늘 글에서 흥미로운 주제는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하게 제 마음을 바라보고, 전해보고자 합니다. 디깅에 실패한 미야의 이야기를요.
그러니 우선은 이 부족한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오늘 이렇게 콘텐츠가 부족한 글을 전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전합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미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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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3월은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아요.
일은 평소처럼 열심히 했고, 주기적으로 영어 스터디를 나갔고, 헬스도 등산도 가면서 운동을 계속했음에도,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평일에 바쁘게 살다가도 틈틈이 시간이 생기면 핸드폰을 봤고, 내가 왜 핸드폰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예능 같은 것들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휘몰아쳤던 나날이었어요. 하루하루를 돌이켜 볼 시간을 갖지 못했고, 가지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보통 제가 뭔가를 디깅할 때는 ‘재밌겠다’나 ‘궁금하다'라는 마음이 너무 중요한데, 그런 마음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그냥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의 무기력한 모습이 느껴질 때마다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어요. 일할 때는 더 웃으려고 노력했거든요.
생각해보면 컨디션 난조는 2월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폭식으로 인해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아침 운동 루틴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다시 몸을 돌려보겠다고 애를 썼지만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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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어떤 동영상에서 누가 ‘하루에 딱 하나만 나에게 좋은 일을 했다면 그 날은 좋은 하루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신기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에게 ‘좋은 하루'란 계획한 것들이 만족스럽게 잘 이루어진 날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계획한 것들 안에는 운동과 같은 아침 루틴뿐만 아니라 식단, 몸무게, 일, 스터디, 글쓰기 등이 다 포함되어 있었어요.
하루를 스스로 생각한 기준 안에서 완벽하게 살아내는 것에 집착했고, 그것이 강박이 되어 그걸 지키지 못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이어졌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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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완벽주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비단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는지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스스로가 먹는 음식을 통제하고자 했고, 글을 쓸 때는 계속해서 자기검열을 했던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쓸 때도 더 잘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즐거운 마음보다는 부담감이 더 커져갔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는 압박감이 어느새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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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결코 잡을 수 없다. 마치 당신과 게임을 하는 상대가 당신이 앞설 때마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과 같다. 불공평하고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게임이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성취를 하면 할수록 내면의 공허함이 더욱 더 커져 갔어요. 스스로가 계속 부족하다 느껴지고, 더 발전해야 할 것 같고,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늘 발목을 잡았어요.
그 발전의 끝은 대체 어디였을까요?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쫓고 있었으니 언제든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 위에 서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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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저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는 사람이라는 거에요.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사람이 가장 크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건 감정이 요동칠 정도로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라는 거에요. 그렇기에 이런 상황조차 큰 배움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추어야 하는 모든 기준들을 내려놓아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 기대하는 것들을 전부 다 내려놓아라. 당신은 이미 완벽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오직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 주어진 시간을 어디에 쓰고 싶은가?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세상에서 가장 엄격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했던 건 바로 스스로의 기준이었어요. 나를 만족시키고, 나에게 내가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지금 당장 스스로가 괴로운 것도 사실이기에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절실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완벽주의가 아닌 유연함을 가진 사람이 되어보자고 결심하고 난 후, 요즘은 안 하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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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금기를 깨고 동료들과 술도 마셔보고🍹, 혼자서 락 콘서트에도 가보고🎸(베이스 기타를 충동적으로 구입했어요), 밤 늦게 요아정 아이스크림을 시켜서 먹어보고🍦, 다음날 회사에 가야 하는데 새벽 3시까지 만화책📚을 읽어보기도 했어요.
분명 일상은 불규칙해졌어요. 생활비는 줄고, 체중은 늘고, 그 다음날 더 피곤하고, 뭐 하나 좋은 게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만은 참 편했어요. 그렇다고 그 행동들이 영원히 이어지지도 않더라구요. 한두 번 하고 나면 질려서 더 하고 싶어지지 않는 그런 느낌? 그게 뭐라고 스스로 계속 규율을 만들고 거기에 집착해왔나 싶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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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내자', ‘더 노력하고 성장하자'라고 마음먹으면 틈새를 생각하지 않고 이것저것 가득 담아버린다. 그렇게 되면 어느새 정말 소중한 일이나 목표, 꿈에는 소홀해지고 ‘괴롭다', ‘힘들다', ‘지친다'와 같은 부정적인 기분만이 남는다. 좋은 것, 당신다운 것, 보람 있는 것, 창의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백이 필수적이다.
<여백사고>라는 책을 읽으며 제가 너무 촘촘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더 나다운지,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돌아볼 새도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사회의 외침에 휘말려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요?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4월에는 의도적으로 여백을 가져보려고 해요. 그걸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반으로 줄여볼 예정입니다.
🤔 사실 저는요...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던 걸까요.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말로 여백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어렸을 때는 자투리 시간도 버리지 말고 생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그 자투리 시간을 비워놓는 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귀중한 일이었다는 것 또한 참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면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살아야 하는 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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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님도 오늘 레터에 적은 것과 같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오히려 더 즐겁게 살 수 있다고.
4월에는 정말로, 더 즐거운 디깅레터를 다시 써보고자 합니다. 더 알고 싶고, 알아 가는 그 과정조차도 너무나 즐거운, 그런 내용들을 채워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분명, 저는 또 실패하고,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고, 실망하는 일도 있을지도 몰라요. 그것 또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다시 즐거움을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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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엔 좀 더 유연하고,
여백이 가득한 사람이 되어서 다시 돌아올게요.
인생은 길고,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늘 감사해요.
진심으로.
미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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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은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의견을 주시면 더 좋은 글로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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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 공지는 인스타그램 @miya_iihitone에서 확인 부탁드려요!
- 읽으면서 생기는 궁금증, 의견, 바라는 점 등 그 어떤 것도 환영이니 언제든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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