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한파에 독감에, 참 많이 추웠던 2월이었는데 님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직 완전한 봄이 오기에는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생명력 가득한 봄을 기대하게 됩니다.

저도 건강하게 잘 지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실은 그러지 못했어요. 2월 들어 폭식이 다시 시작되었거든요. 사실 저는 벌써 몇년간 섭식장애를 겪고 있어요. 코로나 때 일본에서 외출도 하지 못하고 홀로 지내며 우울증을 앓았었는데, 그 때쯤부터 폭식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오고나서 심리 치료도 받고 많이 좋아졌는데, 가끔씩 간헐적으로 폭식이 터지고는 합니다. 특히 제 마음을 돌볼 틈도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릴 때 어쩔 줄을 모르고 음식으로 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 폭식이 다시 찾아왔어요.

100%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폭식을 해버리다니... 처음에는 절망스러웠어요. 토할 정도로 음식을 입으로 막 집어넣고 나서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괴로움과 심리적 자괴감이란.. 말로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 경험이에요.

예전 같으면 폭식 후에 절식을 했어요. 먹은 ‘행위'와 먹은 ‘음식'에만 집중을 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살이 찌지 않도록 다시 관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언젠가 꼭 다시 폭식으로 돌아오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저는 폭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 ‘마음'에 집중을 하고, 폭식한 다음 날은 더 잘 챙겨먹으려고 해요.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먹고, 먹고 싶은 음식은 디저트로 챙겨주고. 배가 부르고, 살이 찔까 불안해도, 그래도 ‘진짜 식사’를 하려고 해요. 심리 상담을 통해 폭식은 ‘원인’이 아닌 ‘결과’였다는 걸 알았거든요.

실체 없는 불안과 씨름하며 매일매일을 바쁘게 지내며 힘든 제 마음을 잘 챙기지 못했던 시간들에 사과를 전하며,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 먹었어요. 3주간의 폭식으로 몸은 붓고 살이 올라 평소에 입던 옷은 맞지 않지만, 그런 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려고 합니다.

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연민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오랫동안 저는 스스로에게 참 나쁜 친구였어요.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엄격해서 실수를 허용하지 못하고, 모진 말을 내뱉어왔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을 워드로 쳐서 책으로 내면 웬만한 악플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비방집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저 자신에게 따뜻하고 힘이 되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더라구요. 폭식을 한 나를 위로해주고, 아껴주고, 더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님은 스스로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는 모진 말보다 다정한 말을 한 마디 더 건네주시는 건 어떤가요?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예쁘고 고맙잖아요.

봄이 오기 전,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따뜻함을 회복하기를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마워요.

미야 드림

❤️

2월에는 어떤 걸 디깅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매달 한 가지 주제를 택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책을 읽고, 제 생각을 정리하는 디깅레터의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디깅레터를 구독하고 읽어주시는 님의 시간이 너무 귀중해서요. 그래서 늘 제가 관심 있는 주제와 님에게 유용할 것 같은 내용들의 교집합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너무도 당연하게 무언가를 배워요. 아기 때는 말을 배우고, 세상을 배우고.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을 공부하죠. 님은 그런 우리의 일상에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

물론 뭘 배워야 할지, 그걸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도 너무 중요해요. 하지만 그 이전에, 본질적으로 학습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사실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학습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학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볼게요.

한자를 보았을 때 '학습'은 배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익히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영어 단어를 한 번 살펴볼까요?

철학하는 시선의 높이에 대해 얘기하는 최진석 교수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과 잘 나가던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50대에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떠난 김정운 교수님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읽으며 눈이 뜨였어요.

일견 관계 없어 보이는 두 책의 메시지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더라구요. (그러고보니 두 책 다 21세기북스에서 출판되었네요? 또 하나의 공통점입니다.)

👀 어때요?

둘 다 주체성, 자발성, 주도성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을 실천할 수 있을 때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인생에서 학습은 얼마나 주체적이었나요? 자발적이었나요? 주도적이었나요? 저는 오랜 기간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해야 한다고 하니 했고, 못하면 안 되니 열심히 했고, 이제는 해야 될 것 같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 때 깨달았어요. ‘왜'라는 질문을 참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나로부터 시작되는 공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요.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흠뻑 빠지게 되지요. 이걸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flow) 개념으로 설명했어요. 이 몰입은 단순히 순간적인 즐거움을 넘어, 개인의 장기적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최적 경험(optimal experience)이 된다고 덧붙이면서요.

이번엔 실천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 부분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가지 책을 참고했는데요, 뉴스레터 가장 마지막에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그 중에서도 ‘학습'을 3가지 단계로 나누어 고찰한 <학습의 재발견(스콧 영 저)>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엇을 배우든, 대부분의 학습은 아마 이 3가지 단계로 설명할 수 있을 거에요. 하나하나 읽어보시면서 님의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는 특성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것이 '모방 능력' 아닐까요. 옛날부터 세상에는 숙련된 장인이 견습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 도제 제도가 있었습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인성과 태도까지 포함하는 전인격적 교육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장인 정신이 계승될 수 있었던 겁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배워야 할 것은 넘쳐나는 현재의 세상에서도 뭔가를 잘 배우기 위해서는 그걸 잘 하는 사람을 제대로 찾고, 보고, 따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스승은 아니라는 거에요. 전문가들 또한 자신이 발견한 답을 설명하지 못하는 때가 많고, 암묵적으로 전달되는 구전 지식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도 아이가 ‘왜'라는 질문을 퍼부을 때, 나에겐 너무 당연해서 제대로 말로 풀어 설명하기 어려웠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셨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1) 조언이 아니라 이야기를 청하고, (2) 어려운 문제를 철저히 논의하고, (3) 전문가들이 답을 찾는 법을 유심히 봄으로써 이러한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해요. 멘토로 삼고 싶은 분을 만났을 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는 것만으로 뭔가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수영 선수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저는 수영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접영을 25m만 가도 숨이 차 헥헥거리기 일쑤입니다. 아는 것을 넘어 연습을 통해 기술을 체화하는 과정은 필수 중에서도 필수겠죠.

책에서는 적절한 난이도를 찾아서 연습할 것(스위트 스팟), 연습을 하면서 변화를 줄 것(가변성) 등에 대한 방법론을 이야기합니다.

스콧 영은 자신의 저서 <울트라 러닝>에서 1년만에 MIT 4년 과정 독파하기, 1년만에 4개 국어 마스터 하기 등 다양한 학습 프로젝트를 시도했는데요, 여기서는 <직접 하기> - <특화 학습> - <인출>로 이어지는 연습 과정에 대해 얘기합니다.

반복적인 연습만으로는 실력을 높일 수가 없어요. 양질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실력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피드백은 기술의 오류를 고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불안을 시험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학습으로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는 것 또한 피드백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오늘 얘기한 3가지의 과정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가 더 잘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던져봐야 할 질문을 알려드릴게요.

어떻게 보면 학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하는 일이기에, 님 또한 계속해서 이 질문들을 던지며 주도적인 삶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라봅니다 :)

• 보고 배우는 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 더 효과적으로 연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질 좋은 피드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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