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습관은 의지가 아닌 '이것'으로 만들어집니다

2025. 1. 26.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5년 1월 / vol.6

매달 새로운 테마로 찾아가는

디깅의 기록들, 디깅레터.

💌

2025년을 맞이하며

님, 안녕하세요.

2025년 첫 뉴스레터로 인사를 드립니다. 2025년이 시작된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월이 지나가고 있네요.

님의 1월은 어땠나요? 저는 얼마전에 인생 처음으로 한라산에 다녀왔어요. 이틀 연속으로 관음사 코스, 영실 코스를 탔는데, 눈 덮힌 한라산이 정말 얼마나 예쁘던지... 저도 모르게 ‘한국에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모르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미야는 8년간 일본에 살다가 2022년 말에 귀국해 2023년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어요. 우리 뉴스레터 친구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사진을 첨부합니다.

한라산 등반은 사실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1월에 그 중 하나를 이뤄낸 것이 진심으로 뿌듯하고, 행복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연초가 되면 스스로 바라는 내 모습에 대해서 생각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데요, 님은 어떤가요? 2025년에 이것만큼은 해내보겠어! 이렇게 바뀔 거야! 하는 것들이 있으셨나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담배 끊기, 외국어 공부하기, 저축하기, 독서하기 같은 것들이 많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꾸준한 실천을 통해 변화를 이뤄내는 활동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작심삼일이 아닌 지속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그 얘기를 하기에 앞서 작년 말 제가 시작한 것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조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2024년 12월부터 저는 새로운 활동을 2개 정도 시작했어요. 하나는 등산 모임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고, 하나는 영어 회화 클럽의 리더가 된 것이었어요.

등산 모임에 가면 트레킹 러닝이나 100대 명산 인증 같은 얘기를 주로 하게 되고, 영어 회화 클럽에 가게 되면 외국어 학습 방법이나 해외 생활, 커리어에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들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얘기를 하냐에 따라 스스로의 페르소나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전자는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 등린이로서 선배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산을 알려고 하는 겸손한 모습이 나오고, 후자는 모임에 나온 멤버들이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밝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주도적인 모습이 나온 거죠.

무엇보다 그 활동들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제가 주목한 부분이었어요. 사실 산에 가는 것도 영어 회화를 더 꾸준히 공부하는 것도 늘 새해 목표에 들어 있었던 것들인데 잘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왜 이 활동들이 저의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을까요? 바로 거기에 환경 설계의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새해 목표를 연말까지 끌고나가지 못했던 모든 과정 속에 ‘의지력'에 집착했던 세월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력을 쓰지 않고, 내가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힘. 환경에 의해서 나를 끌고 나가는 힘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오늘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릴 거에요.

님의 새로운 2025년을 응원해요!

올해가 님에게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늘 감사드려요.

미야 올림

❤️

1월의 테마 : 환경 설계

진짜 습관을 만드는 힘

1.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

"환경은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세계 때문에 변화한다

습관은 모두 맥락을 따른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습관에 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으셨다면 늘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동기, 신호, 보상, 환경에 관련한 것들이에요. 그러나 많은 자기계발서가 동기나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습관화는 개인의 의지력에 달린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들려줍니다.

"B = f(P, E)"

행동(Behavior)은 사람(Person)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Environment) 간의 함수 관계

왜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몰리고 있을까요? 왜 마트 계산대 근처의 낮은 매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과자가 즐비할까요? 쿠르트 레빈의 식은 사람과 환경을 동시에 비춤으로써 사실상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고 있는 많은 행동들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환경 설계로 인해 “실행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작년에 집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꾸었어요. 재택 근무에 최적화되어있었던 컴퓨터 데스크를 버리고, 원목으로 된 테이블과 벤치 의자를 설치했어요. 한 쪽에서는 재택 근무를 하고, 한 쪽에서는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거죠.

그렇게 환경을 바꾸고 나니 세상에 제가 새벽 3~4시에 일어나 벤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고 있더라구요! 억지로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그를 뒷받침하는 환경이 갖춰지자 이 새로운 행동이 날개를 달게 된 거죠.

님을 둘러싼 환경은 어떠한가요?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나요?

2.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

환경의 힘이 행동 설계에 이토록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의지력'에만 초점을 맞춰온 걸까요?

심리학자 리 로스는 인간들이 ‘기본적 귀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며 타인의 행동을 결정하는 상황의 힘을 무시하는 조직적 경향이 있다고 해요. 즉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의 원인을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아닌 ‘그들의 됨됨이'에서 찾으려 드는 성향이 있다는 거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요? 우리 사회는 비만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게을러서, 많이 먹어서 살이 쪘다고 쉽게 판단해요. 빈곤한 사람들이 가공식품에 더 노출되기 쉽다는 사회 구조적 요인이나, 대사 건강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경시되는 거죠. 과연 그게 올바른 판단이 될 수 있을까요?

인스타 릴스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었어요. ‘부정적인 상사 밑에서도 잘 표현하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말을 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거였는데, 그는 “저 사람 또 저런다"며 상사의 태도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팀장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라며 상황에 집중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거죠.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을 내 탓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개인의 됨됨이가 아닌 상황을 보려고 한 아주 바람직한 사례라고 느꼈습니다. (마침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공유합니다!)

책 <스위치>에서는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당신의 행동방식을 그들 뜻대로 정하기 위해 환경에 얼마나 잦은 조정을 가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보자"고 얘기해요.

예를 들어 저번 달에 잠깐 공부했던 디스플레이 사례를 참고로 얘기해보자면, 백화점의 동선이 복잡한 것도, 느긋한 배경 음악이 나오는 것도, 화장품이나 명품 매장이 1층에 위치한 것도,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더 많은 제품을 보고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장치인 거죠.

3. 환경의 주인이 되는 법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책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환경 설계'의 중요성을 얘기해주는 책인데, 딱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저는 이 책을 추천해요. 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구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에 맞게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의지력을 맹신하다 결국에는 목표와 상충하는 환경에 주저앉고 만다.”

우리의 목표와 환경은 계속해서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목표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그 모든 과정이 어렵지 않게 자동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내가 처한 환경을 설계하고 원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일상에서 따라해볼 수 있는 3가지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보이게 만들어라

인간의 온갖 감각 능력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시각'이라고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신호'들이 우리의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건데요. 아까 얘기했던 바와 같이 저희 집 테이블을 바꾸었더니 매일 새벽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올해는 기타를 더 많이 연습하고 싶다면 방 구석이 아닌 거실 한복판에 꺼내놓는다던가, 건강한 식습관을 원한다면 주방에 과일 바구니를 갖다 놓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을 거에요. 내가 원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상기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는 거죠.

과식을 막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뭔지 아세요? 바로 작은 식기를 사용해서 수북하게 쌓아 먹는 거에요. 적은 양이라도 우리의 뇌는 시각적 신호에 속아 더 많이 먹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시각을 활용하는 방법은 아주 쉽지만 강력해요!

(2) 특정 습관에 맥락을 부여하라

어떤 장소는 나와 동떨어져서 존재하지 않으며, 나와의 관계를 말해줍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방을,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재를 잘 가꿔야하겠죠. 우리는 사실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의 장소에 하나의 일을 연결시키는 거에요. 주방에서는 책을 읽는 게 아닌 요리를 하고, 서재에서는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닌 글을 쓰는 거죠. 그렇게 맥락을 만들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그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이 생각나게 되고 연결이 될 거에요.

사실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새로운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거든요. 이미 그 환경에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부여하면 우리의 습관 회로는 더 강력하게 자극한다는 겁니다.

(3) 강제적인 환경을 조성하라

1번과 2번이 바람직한 자연스러운 신호를 활용하는 방법이었다면, 사실상 3번은 아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의 저자 벤저민 하디는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강제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투자 / 사회적 압력 / 저조한 성과가 초래할 나쁜 결과에 대한 상상 / 책임감 / 새로움"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어요. 즉 이 요소들을 환경에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환경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죠.

작년 12월에 조카를 데리고 코난전을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가 아직도 연재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94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해서 무려 작년에는 3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너무 궁금했어요. 작가 아오야마 고쇼가 30년간 똑같은 만화를 계속해서 그려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고.

작가의 말을 찬찬히 읽어보는데 ‘그려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린 작품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주간지에 만화를 연재할 때는 하루 3시간씩 자며 20년을 살아왔다고 합니다. 지난 해 사카모토 류이치의 책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읽을 때도 창의성의 원천은 어쩌면 제약과 마감 기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결과를 내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몰입 경험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제가 영어 스터디의 리더가 된 것도 사실은 이 ‘책임감'을 사용하고자 했던 것도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스터디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퇴근 후에 피곤하고 쉬고 싶어도 다시 힘을 내서 스터디에 가게 되더라구요.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강제성'이라는 것은 습관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한 3가지 방법 이외에도 습관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설계 방법은 많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돌아보고 효과적인 것, 효과적이지 않은 것을 솎아치기 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님,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유연성'인 것 같아요. 며칠 전 동료와 얘기를 하다가 그의 회복탄력성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수영을 좋아하는 제 동료는 주로 평일 저녁에 강습을 들으러 나가는데, 자기도 모르게 계속 수영 후에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는 거에요. 웃으면서 건강한 돼지가 되고 있다는 말에 제가 “어떻게 그렇게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저는 ~했으면 됐다, 라는 말을 많이 해요. 오늘 내가 배가 고팠나보다, 맛있게 먹었으면 됐다라고 하기도 하고. 수영을 빠지는 날도 오늘 내가 피곤했나 보다, 잘 쉬었으면 됐다, 라고 말하고 나면 훌훌 털어버리게 되더라구요.” 그의 이 말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어요.

우리는 나도 모르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지는 않나요? ‘담배를 끊어야 한다’, ‘살을 빼야 한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와 같은 ‘해야 한다'의 압박 속에서는 지속성이 생겨나기 어려워요. 언젠가 무조건 지치기 때문이죠. 그보다는 제 동료가 해준 말처럼 “~했으면 됐다"라는 말을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잘 되지 않았더라도, 분명 내일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습관 성형의 목표는 완벽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습관 성형>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말이에요. 님은 완벽해질 필요가 없고, 완벽해질 수도 없어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나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의 2025년이 더 유연하고, 관대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