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끗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있다고? (2편)

2024. 12. 24.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4년 12월 1호 / vol.5

매달 새로운 테마로 찾아가는

디깅의 기록들, 디깅레터.

💌

멈춤이라는 선물

안녕하세요, 님! 잘 지내셨나요? 😊 11월 말에 찾아온다고 했던 제가 너무 오래 레터를 보내지 못했네요. 그동안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러 어느새 2025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11월 말, 예기치 못한 사고가 있었어요. 새벽에 복층 오피스텔에서 커튼을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졌거든요. 손목에 깁스를 하고, 얼굴에는 피멍이 들고, 다리도 성한 곳이 없었어요. 새벽에 혼자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답니다... (부끄럽게도요)

갑자기 찾아온 부자유스러운 시간들이 참 낯설었어요. 손목이 아파서 글도 못 쓰고 책도 못 읽었죠. 그저 누워만 있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더라구요.

문득 돌아보니 11월을 정신없이 달려왔더라구요. 새로 시작한 영어 스터디의 리더가 되어 즐겁게 모임을 이끌고, 등산 모임과 함께 트레킹도 다니고, 도서 대여 앱의 서포터즈가 되거나 인터뷰어가 되어 기사도 써보고... 평일은 일과 스터디로, 주말은 공부와 여행, 약속으로 채우다 보니 스케줄러에 빈틈이 없었어요. 하루하루를 쪼개어 살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늘 기분이 들떠있었죠. 그래서 떨어진 걸까요, 사다리에서. 저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멈춤'이 필요했던 거예요. 이번 사고가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가 봐요)

12월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멈춤의 시간을 가졌어요. 일도, 일 외적인 활동도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려 노력했죠. 더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그만두는 연습을 했어요. 덕분에 몸도 많이 회복되어 이렇게 다시 뉴스레터를 쓰게 되었네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님은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2024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2025년을 꿈꾸고 계신가요? 그 때 꼭 '멈춤'의 중요성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이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고, 인생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더라구요. 수월하게 가는 것보다는 오래 가기 위해서, 의도적인 멈춤을 실천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님의 2025년에 편안한 멈춤의 순간들이 가득하길 바라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미야 드림

12월의 테마 : VMD

구매 접점에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들 (2편)

11월에 VMD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기억하고 계신가요? 잠깐 지난 뉴스레터를 복습해볼게요.

VMD란 Visual Merchandising Display(비주얼 머천다이징 디스플레이)의 약자이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상품 판매 및 연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같은 전반적인 표현 전략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한 번 더 정리하자면 ‘어떤 식으로 우리 브랜드를 표현하고 보여줄지’에 대한 모든 활동인 거죠.

고객의 관점에서 VMD는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1) 머천다이징, 갖고 싶은 것이 있는가?

(2) 디스플레이, 사기 쉬운가?

(3) 인테리어, 찾아가고 싶은가?

즉 갖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하고, 사기 쉬어야 하고, 찾아가고 싶어야 한다는 거죠.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VMD 성공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이 3가지의 요소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객의 구매 접점에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들이 무엇인지, 실제 사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가 볼게요! 조금만 더 즐겁게 따라와주세요 :)

(1) 머천다이징

갖고 싶은 것이 있는가?

비주얼, 디스플레이와 같은 단어를 들으면 ‘매대, 혹은 매장을 어떻게 꾸미느냐'를 상상하기 쉬운데요. 사실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상품을 갖출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에요.

님은 편집샵을 자주 가시나요? 어떤 곳에서는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도 즐거운데, 어떤 곳은 잠깐 휙 둘러보고 나올 때 없으신가요?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얼마나 예쁘게 꾸며놓았느냐가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혹은 좋아하는 상품들이 얼마나 모여 있느냐의 차이죠. 그런 의미에서 머천다이징은 타겟 고객들을 불러들이는 데 있어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질문🤔

정말 상품만 갖춰져 있으면 될까요?

다시 머천다이징의 정의로 돌아가보면 ‘고객가치 및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5가지의 적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이라고 해요. 이 5가지의 적정에 들어가는 것이 상품 및 서비스, 장소, 시기, 가격, 수량입니다.

즉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좋아야 하고, 적정한 장소(매장의 위치뿐만 아니라 매장 내 위치 또한 포함)에 있어야 하고, 그 상품들이 적정한 시기에 팔려야 하고(여름 상품이 겨울에 진열되면 의미가 없겠죠?), 고객이 살 수 있는 적정한 가격에 세팅되어 품절없이 재고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죠. 고객으로 하여금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가격으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수량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모든 활동이 머천다이징인 거죠.

이번엔 머천다이징이 중요한 이유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게요.

매장의 매출액은 어떻게 나올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래와 같은 식을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 = 객수 X 객단가

객수를 늘리던가, 객단가를 늘리면 매출액이 늘어나는 구조에요. 그렇다면 객수와 객단가는 각각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객수 = 입점객수(늘린다) X 구매율(높인다)
객단가 = 구매수량(늘린다) X 한 품목당 평균 구매 단가(높인다)

이 두 개의 식을 다시 한 번 봐주세요. 객수와 객단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뭐가 더 늘리기 쉬울까요?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저희 동네에는 식빵만 판매하는 작은 빵집이 있어요. 가게에 들어가면 갓 구운 식빵 냄새가 가득해서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에요.

동네 빵집이다보니 주된 고객층은 근린 주민들일 거에요. 가령 아침에 밥 대신 식빵을 주로 먹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하루 아침에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을까요? 갑자기 아파트 단지라도 새롭게 지어지지 않는 한 어려울 거에요. 아침에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갑자기 식단을 식빵으로 바꿔서 식빵 소비가 확 늘어날까요? 아무리 백종원이라도 어려울 것 같아요😂 입점객수를 확 늘린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인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객단가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거에요. 고정적으로 오는 사람들(객수)이 한정되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사는 물건의 수량(구매수량)과 단가(객단가)에 주목해야 해요.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더 많이 사고 싶은 매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쇼핑하기 쉬운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를 위해 매장과 고객이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머천다이징 전략은 중요할 수밖에 없답니다!

(2) 디스플레이

사기 쉬운가?

쇼핑하기 쉬운 매장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 디스플레이일 거에요. 머천다이징이 잘 구비되어 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사기 쉬운 매장을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쇼핑의 과학>에서는 매장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식으로 그들의 시야 속에 상품들을 갖다놓는 장소'라 정의합니다. 이 문장을 보고 어디가 눈에 들어오세요? 저는 대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식’은 어떤 방식일지가 궁금해지는데요.

님은 쇼핑할 때 어떻게 물건을 고르세요?

<디스플레이 마케팅>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데 과연 몇 %가 판매원에게 의존하는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재미있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도와주기를 원하는 사람은 불과 23%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77% 중 65%는 도움을 청할 때만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사람, 12%는 판매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고르는 것이 좋다는 사람이었대요. 즉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상품을 찾고 싶어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그들이 상품을 찾을 수 있게 ‘잘' 배치를 해야겠죠?

상품을 ‘잘' 배치한다는 것은 상품마다의 특징을 잘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아래에 두 가지 디스플레이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무슨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첫 번째 사진은 물건을 세로로 진열했고, 두 번째 사진은 물건을 가로로 진열하고 있어요.

전자는 같은 제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같거나 비슷한 옷을 사이즈별로, 색깔별로, 형태별로 보면서 바로 비교할 수 있으니 쇼핑이 편해지는 거죠. 한편 후자는 한눈에 보이는 차이가 아닌 구체적인 기능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고가의 가전제품 매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진열 방법이죠.

상품을 어떻게 진열하느냐는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으로 하여금 그 상품을 어떻게 더 잘 찾고 고를 수 있게 하느냐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그 상품을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아무리 진열방식이 좋다고 해도 고객이 찾을 수 없는 곳이라면 의미가 없을 거에요.

님은 언제 마지막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방문하셨나요? 그 때 내가 얼마나 많이 걸어다녔는지 기억하고 계신가요? 한 통계에 따르면 마트나 쇼핑몰에서 두 시간 정도 쇼핑을 하는 고객들은 평균 4km를 걸어다닌다고 해요. 그 긴 거리를 걷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섬 진열'인데요. 바로 통로 사이에 고객들이 좋아하는 섬, 즉 별도 매대(특가, 할인행사 같은)를 마련해놓고 고객들의 시선이 머물 수 있게 만드는 거에요.

여기저기 볼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쇼핑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워질 수 있는 거죠. 이 때 고객의 니즈가 높은 제품들(매장 입장에서는 더 많이 팔아야 하고, 더 많이 팔려야 하는 제품)을 따로 빼놓으면 그 효과가 더 크겠죠?

(3) 인테리어

찾아가고 싶은가?

자, 다 왔어요. 사실 인테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님은 이미 다 아실 거에요. 물론 머천다이징, 디스플레이가 훌륭한 매장이라면 인테리어도 훌륭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너무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해서 매장의 본질적인 부분을 놓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지난 달에 <용리단길 요리사 남준영>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말 그대로 용리단길에서 베트남 요리점 효뜨, 중국 요리점 꺼거, 일본 선술집 키보 등의 레스토랑 브랜드를 런칭해 성공시킨 남준영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4년간 총 6개 브랜드와 11개 매장을 통해 연 매출 100억이라는 빠른 성장을 이루면서 용리단길의 상권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분이에요. 그는 어떤 관점에서 매장을 만들었을까? 하는 고민에서 읽은 책이었는데, 제가 찾은 해답은 결국 ‘본질'이었습니다.

남준영 요리사는 무엇 하나 대충, 허투루 한 것이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여행의 순간’을 전달하고 싶었던 그는, 베트남 요리점 효뜨를 만들 때 베트남을 그대로 용산에 가져오고자 했대요. 현지 노상 식당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했냐면, 베트남 현지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상인 아주머니한테 파라솔을 현찰로 사서 한국으로 가져왔다는 거에요. 말도 안 통하는데 손짓 발짓을 다 써가면서요. 고객들은 용산에서 밥을 먹는 거지만, 그가 전달하고 싶었던 본질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의 분위기가 인테리어를 통해 묻어나야 했던 거죠.

겉보기에 그럴 듯한 인테리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매장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가 아닐까요?

다시 처음의 VMD의 개념을 생각해볼게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상품 판매 및 연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같은 전반적인 표현 전략. 어떤 식으로 우리 브랜드를 표현하고 보여줄 것인가.

결국 이 속에 담겨 있는 뜻은 브랜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 메시지를 머천다이징/디스플레이/인테리어를 통해 어떻게 구현하는가가 아닐지. 거기에 VMD의 본질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

님, 이번 VMD에 관한 뉴스레터는 재미있으셨을까요? 한정된 지면 안에서 VMD라는 거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내용을 줄이고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핵심만 담고자 노력했는데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 내용에 대해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꼭꼭 <의견> 보내주시길 바라요! 님의 피드백을 통해 다음 디깅레터를 쓸 수 있는 힘을 얻거든요!

💖

그리고 또 하나 공지 사항이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디깅레터 발행이 월 2회에서 월 1회로 줄어들 예정이에요. 이번 사고를 통해서 뉴스레터를 한 달간 쓰지 못했고, 결국 많이 쓰는 것보다 좋은 글을, 주기적으로 지속해서 쓰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2회에서 1회로 줄어드는 만큼 더 좋은 글을 써서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전달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합니다. 1월부터 디깅레터는 매주 마지막 일요일에 보내드릴 거에요. 님이 일요일에 부담 없이, 혹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혹시 님이 2025년에 더 파고 싶은 테마가 있다면 <의견>으로 보내주시고, 저는 또 새로운 테마들로 돌아올게요!

그 때까지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