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한적한 날, 다시 인사를 드리네요. 요즘 보니 길에 단풍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가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까요? 아직 보내주기 아쉬운 가을의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님은 11월,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저는 ‘미니멀리즘’으로 꽉 찬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실 지난 9월, 갑자기 집 안에서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불안 증세를 경험하였고, 그 불안이 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집에 있던 책을 대량으로 정리하게 됐어요. 버리고, 팔고, 기부하고, 주변에 나눈 것들을 다 포함하면 아마 100~150권 정도는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어요.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삶의 방식이 너무 공감되더라구요. 저도 그랬지만, 흔히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무소유'를 떠올리기 쉬운데 공부를 하다 보니 본질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현대사회의 소비만능주의 안에서 의미 없이 증식하는 물건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정의를 내려 그 기준에 맞춰 삶을 재정비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미니멀리즘의 본질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태껏 불안 때문에 해왔던 모든 것들을 그만뒀어요. 불안함에 사들였던 책들을 정리하고,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참여했던 자기계발 강의와 스터디를 그만두고, 혼자 있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잡았던 수많은 약속들을 취소했어요.

신기하게도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빈 공간을 보면 내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공간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고, 빈 시간에 채워야 할, 진짜 내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매기게 되고,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나의 감정은 어떤지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그 고민 속에서 정말 많이, 인생의 기준이 잡혔던 것 같아요. 타인이 말하는 좋은 삶이 아닌, 정말 스스로가 정의내릴 수 있는 저의 좋은 삶의 기준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