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한동안 비가 계속 내리더니 이제는 정말 피할 수도 없는 폭염과 함께 한여름이 찾아왔네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 속에서 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6월 말에 레터를 보내야 했는데, 보내지 못했던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요.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갑자기 글에 대한 방향성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자연스럽게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 뉴스레터까지 모든 글을 멈추었어요.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레터를 꼭 보내겠다고 님과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 스스로가 야속하고 미웠어요.

매달 레터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점점 반응이 오지 않았거든요. 구독자수는 3개월간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매달 오던 피드백도 더이상 오지 않았어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글은 더 정성스레 쓰고 있는데 반응은 오지 않으니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거에요.

답을 찾으려고 다른 사람의 글을 계속해서 읽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스스로의 글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글은 더더욱 써지지 않더라구요. 발을 구르면 구를수록 계속해서 제자리에 맴돌며 진흙탕에 빠져드는 느낌에 글쓰기가 괴로워졌어요.

”글을 못 쓰겠다"는 제 고민에 애정하는 친구들은 “너가 좋아하는 걸 기록하라"는 말을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 반응을 신경쓰지 말고, 우선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먼저라고.

언제부터 '좋아하는 걸 쓰는 감각'을 잊어버렸던 걸까요?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걸 디깅하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한 레터였는데, 어느샌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할 것 같은 것, 재밌어할 것 같은 것을 더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가 아닌 타인을 기준으로 글을 쓰다 보니 구독자수가 늘지 않고, 반응이 오지 않으면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디깅레터는 미야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셀프디깅의 기록을 전해드려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이제 좋아하는 것을 쓰기로 결정했거든요!

읽으시면서 님 또한 스스로를 디깅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은근... 재밌는 과정이 될 거랍니다!

오늘도 감사드려요.

마음을 담아,

미야 드림

한 달 동안 한 뮤지션의 음악을 정말 질릴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바로 Incognito라는 영국의 재즈밴드입니다.

Incognito는 도쿄에 갔을 때 정말 우연히 재즈 공연장인 블루노트 도쿄에서 공연을 보고 그 날로 빠져버려서 정말 매일매일 곡을 찾아 들었어요. 

그 날 현장에서 느낀 감동이 얼마나 컸던지, 지금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아요.

재즈를 막 전문적으로 많이 찾아들은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악기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음악이 정말 꽉 차 있는 듯한 느낌? 저는 음악 속에서 악기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듣는 걸 참 좋아하는데, 베이스 소리를 듣다가 기타 소리도 듣고, 드럼 소리도 듣고, 가끔 트럼펫이나 하모니카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곡은 Colibri(아래 링크)라는 곡인데 초반부터 들리는 베이스 소리가 얼마나 묵직하고 통쾌한지.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침 최근에 정말 제 취향의 음악을 발견해서 밤낮할 것 없이 또 주구장창 듣고 있는 것이 바로 타카기 마사카츠의 음악이에요.

늑대아이, 미래의 미라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음악감독을 한 사람인데.. 몽환적인 느낌에 자연의 소리를 잘 활용해서 듣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져요. 저는 사실 가사가 없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냥 그 음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추천곡은 Future Nursery 아래 링크)

이런 걸 보면 저는 소리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소리들이 한데 모여 밸런스를 이루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하나하나가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 님이 좋아하는 음악은 뭔가요?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연달아서 듣게 되는 음악이 있다면 그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그 안에 셀프디깅의 힌트가 있을 거에요!

생각해 보면 저는 참 청각에 예민한 사람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저는 참 많이 우는 아이였어요. 그 중 많은 이유가 누군가가 목소리를 크게 냈을 때였어요. 유독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장소를 힘들어하는 이유도 일맥상통하게 연결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혼자 고요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힐링이에요. 특히 조용한 곳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저에게는 극락같은 경험이거든요.

이사를 가면 무조건 그 동네 도서관을 찾아다녀요. 물론 도서관에 따라 사람들이 너무 많거나 하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서 그 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적절한 인구 밀도와 넓찍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은 저에게 천국 같이 느껴져요.

그 후 저는 6개월마다 썸숲에 가기로 결심했고, 썸숲을 관리하시는 썸장님이 지겨워하실 정도로(?) 매년 들락날락거릴 예정이에요. (웃음)

🙌 님이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고,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거기에 님의 행복의 비밀이 담겨 있을지도 몰라요.

친한 몇몇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저는 사실 소화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위장이 약한지 자주 배탈이 나요. 특히 라면을 먹거나, 아이스크림을 조금 많이 먹은 날은 열에 아홉은 배탈이 나는 것 같아요.

초밥이나 회도 운이 좋으면 별 탈 없이 넘어가는데, 사실 탈이 날 때가 더 많은지라 일본에 살 때는 날 것을 거의 먹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 너무 아까웠어요...)

올해 5월에 도쿄에서 워케이션을 할 때는 선배들과 회전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먹고 왔는데, 그 다음날 장염에 걸려서 정말 3~4일을 제대로 못 먹고 고생만 했었던 기억도 나요.

그 정도로 위장이 약한지라 자연스럽게 채소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인 것 같아요. 물론 케일처럼 질기거나 미나리처럼 향이 강한 채소들을 막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배추나 양파, 버섯 이런 것들은 정말 극호라 집에서도 자주 사놓고 요리해 먹어요. 제 최애 메뉴는 비빔밥, 포케에요.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장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들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요리는 예전부터 참 좋아했는데요, 이건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일본에 살 때는 매일 일식만 먹을 수는 없으니 한식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유학 생활 당시 한식당은 너무 비싸고, 요리 재료도 신오쿠보 같은 코리아 타운에 가지 않으면 사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습관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요리도 자주 못하고, 밖에서 외식을 하거나 끼니를 대충 때웠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가 위장이 약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바쁨을 핑계로 나를 잘 돌보지 못했었구나, 하는 걸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며 깨닫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라는 거에요. 배달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저는 배달어플만 켜면 결정 장애가 생기거든요.

메뉴가 너무 많은 와중에 자극적인 치킨이나 마라탕, 중식 이런 것들은 시킬 수 없고, 한식, 포케, 샌드위치 같은 것들 중에서 계속 고민하다가 시간이 너무 흘러서 그냥 집에 있는 거나 먹자 하면서 포기하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배달 음식을 잘 시켜먹는 사람은 내가 먹고 싶은 걸 잘 결정한다는 거니까 대단한 것 같아요.

🙌 님은 최근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몸과 마음이 편안했던 음식은 어떤 것이었나요? 오늘 레터를 쓰면서 제 몸에 잘 맞는 음식들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드네요.

오늘 디깅레터는 다시 레터 쓰기를 시작하기 위한 셀프디깅의 기록으로 준비해보았어요.

굉장히 개인적인 기록이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향후에도 디깅레터는 제가 관심있는 것들에 대해 적어내려갈 예정이에요.

다만 ‘디깅'의 정의를 저 나름대로 다시 내려보기로 했어요. 글을 계속 쓰다 보니 대체 어디까지 조사를 하고, 정보를 실으면 좋을지 저 스스로도 가늠이 안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읽는 사람이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닌 정보로 가득찬 글이 되어 어느새 디깅레터의 특색을 잃었던 것 아닌가 합니다.

영수증을 그렇게 오랜 기간 모아왔다는 것도, 그것에 대한 기록을 계속해서 해왔던 것도, 그리고 그 기록들에 정신 작가님의 생각과 관점, 삶이 다 담겨 있다는 것두요.

디깅레터도 저의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접근한다고 한다면 여기서의 '디깅'은 단순히 정보의 많고 적음이 아닌, 제가 가진 질문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디깅레터는 정보를 전달하는 백과사전도, 뉴스 기사도 아니고, 제가 궁금하게 생각한 것들을 디깅하고 그걸 재밌게 풀어내서 전달하는 매체니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글이라 여겨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저에게는 너무 좋았던 이 책이 어떤 분께는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디깅레터 또한, 모든 구독자님들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것이고, 미래의 구독자님들 또한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 글과 결이 맞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내 글을 좋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글이 아니어도 된다는 확신두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나에게는 너무 좋았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수면제가 되는 것처럼.

그래서 8월달부터는 디깅레터를 완전히 개편해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더 많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실어볼 거에요. 일상 얘기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어쨌든 저의 호기심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다만 그 이야기들 속에서 제가 발견한 것들이나, 느낀 것들을 더 잘 풀어내볼 생각이에요.

물론 감히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어딘가 스스로와 닮음을 느끼는 분이 있으시다면, 그래서 그 글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저는 계속해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부디 님께도 디깅레터가 그렇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음 달에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미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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