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그 순간에는 참 즐거운데, 기록으로 남지 않고 휘발되어 가는 게 참 아깝더라구요.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이 이야기를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을까? 매달 내가 새롭게 발견하고, 파본 것들을 함께 나누고 즐거워할 순 없을까? 점점 그 마음이 커져갔어요.

그래서.. 뉴스레터를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이유라고는 1도 없지만, 매달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그리고 제목은 디깅레터로 정했어요. 사실 디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의미가 있지도 않지만 그저 한 테마가 궁금해서, 재미있어서 알아보다 보니 더 좋아지고, 더 깊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변덕스러운 제가 이 디깅레터를 통해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건 딱 한 가지에요. 바로 어떤 호기심도 가치가 있다는 것! 시험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일에 써먹을 수 없더라도, 일상 생활과도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괜찮아요. 충분히 궁금할 수 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게 디깅이고, 그게 공부라는 걸 저는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았어요. (어릴 때는 질문이 많던 저를 어른들이 참 귀찮아했더라지요..)

더 자주 만나요. 조용하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님의 메일함으로 찾아갈게요.

구독 고마워요.

매일매일,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있습니다. 집에서도, 외부에서도 무조건 방문하는 공간. 바로 화장실이에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이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투어가 있어요. 바로 일본 도쿄 시부야에 말이죠. 제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했던 이색 투어와 그 안에서 만났던 화장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지금부터 전해드릴게요!

어쨌든 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선배들을 만나며 요즘 뜨는 곳이나 재미있는 동네가 없는지 물으며 다녔어요. 이것도 한국과의 차이일 수 있는데, 한국은 웬만한 건 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요? 일본은 아직도 사람을 통해서, 혹은 잡지나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요. 잡지 산업이 옛날만큼 성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여전히 수많은 테마의 잡지가 발행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그 중 한 선배가 이직한 본인의 회사에 화장실을 돌아보는 투어가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하루종일 화장실만 17군데를 가는 투어라는 거에요. "아니 무슨 화장실을 17군데나 돌아요? 그런 게 재미 있어요?"라고 하는 제 말에 "외국인한테 인기가 엄청 많다"며 선배는 웃으시더라구요. 그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그 화장실 투어라는 게 뭔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을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 쿠마 겐고의 이름이 있었거든요!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공중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거기서 저의 호기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어요. 그 길로 바로 투어를 신청하게 되었고, 하루만에 17개의 화장실을 전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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